사진/내가 찍은

가까이 가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파란참치캔 2017. 9. 30. 23:11

뜻밖의 놀라움은 오히려 가까운 곳에서 발견할 때가 많다. 조금은 색다른 장면을 렌즈에 담고싶다면, 한발 더 가까이 가보는 것은 어떨까.

생명을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은 그들을 내려다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보잘것없는 들국화가 숨기고있는 이파리 하나하나의 디테일에 감동할 수도 있고, 

다수에 묻혀 가려진 개개인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까발릴 수도 있다.

새벽에 만지는 이파리가 촉촉한 것은 사실 숨겨진 작은 물방울들 덕분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거미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물방울 포로의 최후를 담을지도 모른다.

잠시 얼어붙은 생명의 한순간을 더 세세하게 담아놓을 수도 있고, 

더럽혀진 채 구석에 나뒹구는 얼음덩이에서 무시무시한 동물을 찾을 수도 있다.

희미한 아침 햇살을 받는 축축한 이끼는 꽤나 몽환적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때로는 내가 직접 트위스트를 줄 수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폰카로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혹시 잘 안 쓰는 저렴한 렌즈(1.8/50 렌즈 강추!)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렌즈를 뒤집어서 바디에 갖다대보자. 엄청난 매크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신 렌즈와 바디 사이 틈으로 빛이 많이 새들어가지 않게 해야하고, 배율이 엄청 높은만큼 심도도 매우 얕으니 찍다가 숨넘어갈지도 모른다. 결과물은 나름 재미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