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방법
물방울은 어떻게 담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생각해보면 형체가 자유롭게 바뀌고, 투명해서 특유의 빛망울을 만들어내는 아주 특이한 피사체다. 그런데도 주위에 널려있으니 참 실험하기도 좋은 오브제.
가장 흔한 방법 중 하나는 처마같은 건물 끝자락에서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을 담는 것. 별다른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누구든 한 번쯤은 찍어봤을 것 같다. 심도를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따라 느낌이 상당히 달라지는데 그걸 떠나서 뒷배경이 어두우면 물방울이 더 잘 드러난다. 배경이 탁 트인 밝은 공간이면 물방울이 잘 안 드러날 수 있다.
셔터스피드는 아무래도 짧을수록 좋은데 위 사진은 1/4000초로 촬영되었다. 카메라가 1/8000초까지 지원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오금은 있지만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또 다른 방법은 매달려있는 물방울을 가까이서 촬영하는 것. 위 사진에 보이는 물방울은 얼어있는데 얼지 않은 매끄러운 물방울을 아주 가까이서 찍으면 그 뒤로 펼쳐지는 세상이 물방울에 뒤집혀 맺힌다. 나름대로 매력적인 광경인데 찍기가 생각보다 쉽진 않다. 매크로 렌즈를 쓴다 해도 심도를 꽤 높여야 물방울이 쨍하게 드러난다. 일반 렌즈를 뒤집어 촬영하는 것도 한 방법. 찍고 카메라로 볼 땐 선명한 것 같은데 모니터로 보면 초점이 다 나가있어서 성가시다. 원본에서 엄청나게 크롭해서 해상도가 떨어지는 것도 있고. 기회가 되면 다시 찍고싶다.
세번째 방법은 처음부터 초점을 틀어 빛망울을 노리는 것. 배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데 경험적으로 햇살이 사선으로 물방울을 비추고 있어야 예쁜 장면이 나오더라.
떨어지는 물방울을 얕은 심도로 찍어도 되고. 이때도 빛의 역할이 중요한데, 햇빛이 나무 근처에서 끊기고 뒤쪽 건물까진 안 가서 더 극적으로 대비가 드러난 것 같다.
대놓고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것도 나름 재밌다. 기숙사 화장실에서 찍은 사진인데 아래쪽에서 위로 지속광을 비추고 바가지로 물을 공중에 뿌려서 촬영했다. (조명은 비닐로 보호하고.) 보정을 너무 대충대충해서 촌스러운 떡보정 티가 나는게 좀 아쉽다.
마지막으로 바닥에 떨어지는 물방울 촬영! 보통 파스퇴르 우유 왕관만 떠올리는데 타이밍에 따라 굉장히 다른 느낌을 준다. 위 사진과 아래 세 장을 비교해보자.
언젠가 물방울의 다양한 모습 한 백가지를 연작으로 촬영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