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이색적인 문구류샵 Kakimori 카키모리
Kakimori는 아키하바라역 인근에 위치한 문구점이다. 근처에 관광지가 없고 심지어 조용한 주택가 안에 위치해있어서, 관광객 입장에서는 큰맘 먹고 와야 한다. 하지만 진정한 덕이라면 이걸 위해 다른 핫플 두어개 정도는 포기할 수 있지!
일단 근처에 관광객은 제로. 심지어 어떤 사람이 나한테 길 물어봐서 당황했다. 여행객같았는데 내가 여기 사는 사람인 줄 알았나봄. 괜히 기분 좋아지는 그런 느낌?ㅋㅋ
사실 생각해보면 이 주위에 가죽공방도 많고, 장인들의 마을이라는 말도 있던데 그냥 조용했음. 약간 핫플되기 전 망원동 느낌? 지금도 정신없진 않지만 망원보다도 조용한 느낌이었다. 그냥 일본이어서 그랬던 걸지도.
공원도 가로질러가기ㅋㅋ 완전 현지인이여...
피어있는 꽃이 예쁘다. 수국같기도 하고?
자전거 전용 도로인가? 차선이 특이하게 칠해져있음.
뭐 우리나라 먹자골목같은 곳도 보이고... 밤이었으면 슬쩍 들러봤을텐데.
드디어 도착!! 겉모습부터 범상치 않은 가게.
직원들은 주문제작 노트를 찍어내느라 바쁘지만 지루할 틈은 없다. 평범한 문구류도 워낙 많으니까~~ 주민들은 이런거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질 것 같기도 하다ㅎㅎ 사진이 뒤틀린게 매우 심기 불편하지만 아쉽게도 티스토리나 윈도우 기본 사진앱이나 회전 최소각이 1도라... 포토샵 괜히 지웠네.
일본의 장인정신이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 저 펜들은 황동 덩어리를 깎아서 만들었는데, 안에는 범용적인 리필심들이 들어있어서 비교해볼 수 있다. 나머지는 다 동일한 조건으로 펜 심의 성능만 비교해볼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함. 생긴걸 보아하니 다 G2 국제규격 (Parker style) 심을 넣어놓은 것 같다. 사실 성능이야 제트스트림이 젤 좋겠지 뭐...
사실 여기가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Bank paper, Fools paper, Tomoe River 등 유명한 종이부터 갱지 수준의 Comic paper까지 다양한 종이가 샘플로 놓여있고, 여기에 여러 종류의 필기구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매장 내에는 그래도 관광객이 꽤 있는 편이지만 다들 분산돼있어서 편안하게 여유를 두고 시필해볼 수 있음. 이 중 Bank, Fools, Tomoe River 세 종이는 밑에서 살펴볼 커스텀 노트 제작에 속지로 제공되는 애들이니 주목할 필요가 있음. 셋 모두 만년필로 쓰기 정말 훌륭한 재질이다.
테스트해본 종이는 당연히 가져갈 수도 있고, 아니면 버리라고 테이블에 길다란 홈이 나있다. 나는 챙겨왔음. 뒤에 있지만 노트 제작할 때 내가 팔랑팔랑 들고다니던 테스트 종이까지 정성스럽게 포장해주셨다.
가운데 넓은 작업공간이 있고, 고객들은 빙 둘러서 매장을 구경할 수 있는 구조. 매우 넓고 쾌적하다.
카키모리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나만의 노트 제작 코너. 속지(1-4묶음)와 앞판, 뒷판, 스프링 종류를 고른 후 악세사리(단추, 고무밴드 등)까지 다 결정하면 그대로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준다!
옆에 있는 테스트 공간에서 다 시필해볼 수 있는 종이들. 종류에 따라 한 팩에 들어있는 장수도 다르고, 가격도 당연히 다르다. 보통 만년필 쓰기 젤 좋은 종이 하면 토모에리버 꼽지 않나? 여기선 Bank paper와 Fools paper가 더 좋다고 하는데 두 종이는 살짝 로디아 90gsm에 가까운 느낌이었음.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확인해보고.
커버를 고를 수 있는데 가죽도 있고 (아마 인조) 하드보드지같은 것도 있음.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난 심플한 스타일로 갔는데 저 위에 샘플을 봤으면 조금 더 창의적으로 꾸밀 수 있었을 것 같다. 좀 아쉬움...ㅋㅋㅋㅋ
할튼 저 쟁반에 기본 재료를 다 담아가면 직원이 스프링 종류랑 기타 악세사리를 고르라고 한다. 저 버튼의 경우 안에 펜을 꽂을 수 있는 버전도 있음. 난 그걸 골랐는데 좀 후회된다... 비싸기만 하고ㅠㅠ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조금씩 한다. 아마 주문하는 데 크게 무리는 없을듯.
제작하는데 한 30-40분 정도 걸리는 것 같고 문 닫는 19시 이전까지만 오면 언제든지 수령해갈 수 있다. 결제는 수령할 때.
내거 하나랑 여친님거 하나, 심플하게. 아쉬워!! A5 사이즈로 작게 하고 좀 더 아기자기하게 꾸밀걸... 하지만 또 이렇게 아쉬움을 조금 남겨야 제맛이다. (뭐라는거지)
카키모리 안에만 있어도 충분히 볼거리가 많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게 아쉬워서 근처 가죽공방도 좀 둘러보고 했다. 기대한 거랑 좀 다른 물건들을 팔더라ㅋㅋ
배치는 깔끔깔끔.
다시 카키모리로.
바로 노트 결제해도 되지만 무거우니까 좀 더 구경해보기로. 편지지도 심플한듯 고급스러운게 많은데 하나같이 다 비싸다.
얘네 커스텀 잉크도 많은데 그걸 테스트해볼 수 있는 만년필, 사인펜이 있다. 사인펜은 좀 특이한게 스테들러(Staedtler)의 Triplus Fineliner같은 느낌인데 내가 원하는 만년필 잉크를 주입할 수 있다. 개당 만원 넘는 주제에 한번 주입하고 캡 닫으면 그대로 끝이니까 조심... 거기서 볼 때는 혹해서 샀는데 굳이 추천하진 않음.
지금 다시와서 보니까 노트 속지 사이에 끼워넣을 수 있는 달력도 있고, 플라스틱 판도 있고... 아흑ㅠㅠㅠㅠ
자체제작으로 보이는 펜이랑 악세사리도 많이 판다. 저 1500엔짜리 펜 거치대... 내가 미쳐서 결국 질러버렸는데 은근히 잘 써서 후회 없다ㅋㅋㅋㅋ 언젠가 블로그에 올라올 날이 있을듯. 지금은 일본에서 귀국한 후 지른 오로라 입실론님이 올라가계신다.
여친님거는 포장 부탁.
해서 나왔다! 그리고보니 잉크 사진을 안 찍었네...ㅋㅋ 내가 구매한 잉크 한 종은 Apricot Tea. 밝고 묽은 갈색이다.
여담으로 원래 Kakimori에는 노트를 직접 만들듯 나만의 잉크를 제작할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고 한다. 적당히 색 배합해서 만드는 식... 근데 지금은 그게 없어졌다. Ink Stand라는 별도의 브랜드로 빼놓은듯. 밑에 우연히 거기로 들른 사진이 있음.
여기다. 진짜 그냥 길 걷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들어가봤는데 Kakimori 계열사(?) 잉크공방 잉크스탠드! 플라스크같은 것들 보이고 색 배합표도 기가막히게 잘 짜여있음. 근데 난 이런거 하면 선택장애 와서 힘들다.
내가 갔을 때는 어떤 외국인 둘이 잉크를 만들고 있었다. 덕분에 편안히 구경하고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배합할 때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잉크들! 참 이런걸 만들 생각을 한 게 대단하다. 별로 사고싶은 마음은 안 들었지만 좋은 구경이었음!
이것으로 아키하바라 카키모리(Kakimori) 탐방기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