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해가 지기 한두시간 전, 해가 가파르게 사선으로 파고드는 시간이 있다. 사실 이 때의 빛은 너무 질이 좋아서 어떻게 찍어도 보통 이상의 뛰어난 사진이 나오지만, 조금 더 특별한 사진을 찍고 싶다면 바닥을 한 번 주목해보자. 포크의 날같이 쭉쭉 뻗은 그림자들이 보이는가? 주위에 나무나 전봇대 등이 있다면 분명히 보일 것이다. 구름이 자욱하지 않은 날이라면 특히 더.
우리의 눈은 자체 HDR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빛과 그림자의 이 대비가 별로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모습이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에 담길 때, 빛이 닿는 부분과 그림자의 대비는 어마어마하다. 이걸 잘 활용하면 꽤 재미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 재미있는 사진의 단적인 예시. 마침 울창한 나무 줄기 사이로 들어온 한 갈래 빛이 땅에 자라고 있는 이파리를 비추고 있었고, 나는 별다른 조명장치를 쓰지 않고 셔터만 눌러주었다. 사실 평범한 역광도 이파리처럼 얇은 물체를 통과하면 오묘한 광채를 낸다. 다만 주위 배경이 그림자 덕에 어두컴컴해서 그 대비가 훨씬 극적으로 보일 뿐. 지상 최고의 조명을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폰카로도 얼마든지 비슷한 장면을 담을 수 있다.
여기도 빛이 주 오브제에만 닿아 아까와 비슷한 대비가 느껴지지만, 배경 일부도 강한 빛을 받아 살짝 튀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배경을 잘라내는 것도 한 방법.
얇은 이파리가 겹쳐있는 곳도 주목해보자. 역광이 사선으로 들어올 때 특유의 강렬한 광채와 대비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멀리 있는 배경에는 그만큼 빛이 닿지 않아 주 피사체가 도드라진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좁게 파고드는 역광을 살린 예시. 해가 질 무렵에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이런 빛이 많다. 대신 허리를 굽혀 피사체와 동등한 눈높이로 주위를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관찰하다보면 후보정 따위로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아주 고급진 컨트라스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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