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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내가 찍은

여러 사진 오려 붙여 광활한 파노라마 만들기

내가 처음으로 파노라마를 찍을 때 쓴 기기는 아이폰 3Gs였다. 그때는 기본 카메라 앱에 파노라마 기능이 없었는데, 앱스토어에 이를 대신해 파노라마를 찍어주는 앱이 언제부턴가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그 중 하나를 깔고 열어봤는데 이럴수가!! 핸드폰을 이리저리 움직이니 마치 VR 기기를 착용한 것처럼 사방이 보이면서 하나의 사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이야 너무 식상한 기술이지만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신기했던 것 같다.

이처럼 다양한 모바일 기기나 니콘 키미션같은 특수 카메라를 사용하면 쉽게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평범한 디지털 카메라들! 대중에게 친숙한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들은 모르겠는데 내가 쓰던 캐논 풀프레임 카메라에는 파노라마 기능이 없었다. 애초에 RAW 포맷으로만 찍기도 했지만 JPEG로 설정을 바꿔도 그런 기능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쓰던 기기 뿐 아니라 어느 회사든 상급 모델로 갈수록 파노라마같은 부차적인 기능은 잘 넣지 않는다. 왜냐고? 우리는 파노라마를 직접 만들 수 있으니까!

포토샵으로 사진 여러장을 짜깁기해서 파노라마를 직접 만들어보자. 일단 찍어야 하는데, 촬영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몇가지 있다.

우선(가로로 긴 파노라마를 만들 경우) 각 사진의 수평을 잘 맞춰야 한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파노라마 기능도 가로로 여러장을 찍어서 이어붙이는 방식을 쓰는데, 사용자가 위아래로 들쑥날쑥거리는 걸 우려해 노란색 기준선을 박아놨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어떤 사진은 너무 위로 찍고 다른 사진은 너무 아래로 찍으면 두 사진의 겹치는 부분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평으로 회전하는 볼헤드가 있으면 그거로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찍어도 되고, 삼각대가 없으면 최대한 카메라를 몸으로 붙여 흔들리지 않게 하고 팔은 고정시킨 다음 허리를 축으로 상체만 돌려서 여러 장을 재빨리 찍는 방법을 추천한다.

그리고 매뉴얼 모드를 활용해 ISO, 셔터스피드, f 스탑 세 개는 고정시켜놓자. 여러장을 이어붙일 때 각 사진의 심도, 노출 등이 다르면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다. JPEG로 찍는 경우 화이트밸런스도 고정시켜주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각 사진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조금은 있어야 한다. 한 프레임의 15~20% 정도는 전후 프레임과 겹치게 찍는걸 추천한다.

신나게 찍었으면 언제 파노라마로 합칠 사진들을 쭈루룩 컴퓨터로 불러오자. 나는 올해 하와이 마우나케아 정상에서 찍은 일몰 사진을 가져왔다. 켁(Keck)을 포함한 여러 천문대가 존재하는 만큼 별을 보기 아주 이상적인 곳인데, 쏟아지는 별만큼 광활한 일몰도 장관이다. 위에 보이듯 나는 지평선을 기준으로 사진을 연달아 찍었고, 아직 안 짜깁기하진 않았지만 서로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듯하다. 메타데이터는 여러장을 선택에서 위에 표시가 안 되는데 12장 모두 동일한 ISO, f스탑, 셔터스피드를 가지고 있다. RAW로 찍어서 화이트밸런스는 그냥 오토로 두었다.

참고로 내가 위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어도비 브릿지(Bridge)인데, Camera Raw가 포함된 사진 정리 툴이다. 워낙 보기 편하게 돼있어서 가끔 사진관에서 고객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A컷을 고르고 나머지를 버릴 때 쓰기도 한다. 무료이니 사진을 자주 만지면 깔아두자.

전체선택해서 싹 다 Camera Raw로 불러오자. 좌측 Filmstrip에 사진들이 전부 올라와있을 것이다. 이 중 기준으로 작업할 하나를 선택하고 또 전체선택을 하자. 이러면 지금 보고있는 사진에 적용한 효과가 동시에 모든 사진에 똑같이 적용된다. 노출이나 대비같은 건 나중에 합쳐서 보정해도 되지만, 나같은 경우 오토 화이트밸런스로 찍었기 때문에 모든 사진의 화이트밸런스를 지금 똑같이 맞춰줘야 한다. 전체선택을 해놨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이 이 사진의 Temperature, Tint만 조절하면 나머지도 똑같이 설정된다. 실수로 모든 사진을 선택하지 않고 하나에만 작업했어도 걱정하지 마라. Filmstrip 라벨 옆에 있는 아이콘을 누르면 설정을 동기화하는 기능(option-S)이 나온다.

이제 드디어 파노라마로 이어붙일 차례. 우선 첫 번째 방법은 Camera Raw 안에서 해결하는 방법이다. command-M을 눌러 파노라마로 합쳐주자. 맥 이외 운영체제에선 단축키가 뭔지 모르겠는데 이 기능도 Filmstrip 옆 아이콘을 누르면 나온다. 모든 사진을 선택한 상태에서 누르는 걸 잊지 말자. 소요시간은 의외로 30초 내외였던 것 같다.

Projection 안에 세가지 옵션이 있는데 셋 중 가장 자연스러운걸 고르자. 위 스크린샷에서 볼 때 사진 좌측에 살짝 어색한 부분이 있는데 다른 옵션을 눌렀다가 Spherical로 되돌아오니 말끔하게 해결됐다. 단순 표시 오류였던 듯.

Auto Crop 옵션을 체크하면 위아래에 부분적으로 존재하는 투명한 부분이 제거된다. 단, 직사각형 틀에 맞추다보니 잃는 부분도 많다. 최대한 덜 잃으려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애시당초 찍을 때 수평을 잘 맞춰줘야 한다. 이 방법으로 Merge할 경우 나오는 결과물의 확장자는 신기하게도 dng이다. (참고로 내가 사용한 조각조각도 다 dng 파일이었다.)

Camera Raw를 쓰지 않는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두 번째 방법은 포토샵 File - Automate 안에 있는 Photomerge 기능. 클릭하고 나오는 창에서 Browse를 눌러 합칠 사진들을 쭉 선택하고, 아래 네가지 옵션도 다 설정한 후 OK를 눌러 합쳐주자. 근거는 없지만 Camera Raw 안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이쪽이 더 정교한 것 같다. 기능도 다양하고... 나는 파노라마는 항상 이 툴로 생성한다.

그러면 지가 알아서 각 사진들을 합치고 정렬하는데, 여긴 또 시간이 엄청 오래걸린다. dng 12장 합치는데 한 5분은 걸린 것 같다. 저사양 노트북으로 작업하면 팬이 미친듯이 돌아갈 수도 있을듯. (물론 그것도 가끔가다 한두번이면 나름 뿌듯하고 즐거운 경험이다ㅋㅋ)

드디어 완성! 레이어 패널에서 볼 수 있듯이 재료가 된 사진 하나하나가 레이어로 들어가있다. 기특하게 마스킹을 하나하나 다 해놓은 걸 볼 수 있다. 나는 호기심에 위에서 네가지 옵션(이미지 서로 합치기, 비네팅 제거, 왜곡 보정, 투명한 공간 content-aware 채우기)을 다 체크했는데 썩 훌륭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여타 포토샵 작업물처럼 psd, TIFF, JPEG 등 다양한 확장자로 저장할 수 있다. 이왕이면 TIFF로 저장해서 추가적인 후보정을 거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