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7 - [사진/기술] - 은하수를 품은 밤하늘 촬영하기
자 이제 밤하늘을 렌즈에 담아왔으면 컴퓨터로 가져와 아름답게, 내가 원하는대로 표현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참고로 나는 시중에 판을 치는 보정 가이드 서적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밑에 서술해나갈 방식은 사람들이 흔히 정석이라고 부른 워크플로우 - 만약 그런게 존재한다면 - 에서 많이 벗어나있을 수 있다. 결국 본인에게 맞는 후보정은 스스로 길러나가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런 방법도 있네~'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봤자 별 내용 없긴 하지만.
이건 내가 가져온 원본을 어도비 Camera Raw에서 연 스샷이다. 사진 원본 링크를 첨부하니 마땅한 샘플이 없다면 써도 좋다. 작년 8월 26일에 찍은 사진이고... 대충 메타데이터를 보니 ISO 1600, f/4에 10초 노출이다. 화이트밸런스는 안 나와있지만 단일샷이니 자동으로 추정. 화각은 내가 즐겨쓰는 (이제 유일하게 남은ㅠㅠ) 35mm다. 아, 당연하지만 촬영 포맷은 JPG가 아닌 RAW(CR2). 이제 요놈을 건드려보자. 비록난 Camera Raw를 쓰지만 어도비든 캡쳐원이든, 타사 프로그램이든 전문가가 아닌 이상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여담이지만 내가 알기로 포토샵 뿐만 아니라 무료 프로그램인 Bridge에도 이 Camera Raw가 포함되어있다. 레이어를 제외한 웬만한 사진 관련 기능은 이 안에도 있으니 포토샵이 없다면 임시방편으로 브릿지를 깔아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여러 폴더 내에서 이미지를 검색, 관리할 때 막강한 프로그램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이건 사실 뭐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기능인데 Lens Corrections 패널로 가서 본인 렌즈 보정이 되는지 한 번 보자. Enable Profile Corrections 체크하면 웬만한 렌즈는 지가 알아서 찾고 적용하는데 만약 렌즈 프로파일에 아무것도 안 뜰 경우 수동으로 체크해주자. 아예 없을 수도 있는데 비네팅이나 왜곡은 직접 뜯어고칠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습관인 것 같은데 늘 시작은 베이직 패널에 있는 슬라이더들을 건드리는 작업이다. 30초면 넉넉하게 끝나는 작업. 이건 그냥 내 습관인 것 같은데 살짝 어둡게 찍고 exposure을 후보정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선호한다. 노이즈는 살짝 감수해야겠지만 부분적으로 하얗게 날아가버리는 것보단 나은 것 같다. 어차피 밤하늘은 날아갈 일이 드물지만... 아, 그리고 화이트밸런스는 맨 끝에 조절할거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는데 이 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화벨이 끝에 가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
고기를 굽는 일에 비유하면 이 과정은 초벌구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본격적으로 디테일을 다루진 않지만 가볍게 불에 한 번 그을려 주는 거다. 이런 후보정이 처음이라면 살짝 오래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우리는 시간에 쫓기는 프로가 아니니 여유롭게 가자ㅋㅋ
이제 본격적으로 브러쉬를 사용할 차례. Adjustment Brush 패널로 넘어오자. 단축기는 K. 아까와 비슷한 슬라이더가 있는데 조금 다르게 생겼다. 이 각각의 슬라이더는 생성하는 새 브러쉬의 속성을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Exposure을 올리고, Contrast와 Saturation을 낮춘 채로 사진의 일부분을 칠하면 그 부분의 노출이 올라가고, 대비와 채도는 낮아진다. 패널 맨 위에 보면 New, Add, Erase 체크박스가 있는데 Add는 현재 그리고 있는 브러쉬 (사진 상의 붉은 돋보기) 에 다른 속성을 추가할 수 있는 상태고, New는 새로운 브러쉬를 만들 준비가 된 상태다.
물론 당연히 귀찮게 매번 저 체크박스 둘 사이를 왔다갔다하진 않는다. 각 슬라이더 좌우에 있는 플러스 마이너스 버튼이 보이는가? 어느 슬라이더든 저 버튼을 누르면 나머지 슬라이더는 중앙으로 원상복귀되며 방금 체크한 속성만 있는 새로운 브러쉬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버튼을 클릭하는 대신 슬라이더를 직접 조절하면 기존 브러쉬에 방금 슬라이더로 조절한 속성이 추가된다. 말로 설명하려니 어려운데 직접 써보면 단번에 이해가 될 것 같다.
각 브러쉬는 저 돋보기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각각에 담긴 속성, 그들이 칠해놓은 범위가 모두 다르다.
각 브러쉬가 담당하고 있는 영역, 속성은 그 브러쉬의 돋보기 모양을 직접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저렇게 하얗게 마스크가 뜨는데 아무것도 안 뜨면 패널 아래에 있는 Mask 체크박스를 눌러보자. 저 브러쉬는 하늘 아래 산 등줄을 담당하고 있는 브러쉬이다. 패널을 잘 살펴보면 저부분의 노출을 살짝 낮추고 대비와 선명도를 확 죽여놨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다른 작업을 하다가 다시 저 브러쉬를 클릭하면 그 상태로 슬라이더를 조절해 새로운 속성을 추가하거나, 기존 속성을 추가하거나, 저 브러쉬로 더 넓은 영역을 칠할 수도 있다. 기존에 칠해놓은 영역을 지울 수 있는건 당연하고. option 키를 누른 상태로 그리면 원래 칠했던 부분이 지워진다.
어느정도 그림이 그려진 것 같으면 다른 패널로도 구경을 가보자. HSL / Grayscale 패널도 내가 종종 쓰는 기능인데 각 컬러채널의 색조, 채도, 명도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난 저 아래 있는 산이 너무 튀지 않길 바라니 녹색, 노랑을 살짝 죽여놓겠다. 가끔 재밌다고 이런저런 채널을 휙휙 다루면 사진의 계조가 이를 버티지 못하고 쩌저적 갈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푸른 하늘 조심)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자. 그리고 각 채널을 조절하다보면 내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기능이다. 불안하면 그냥 아까 썼던 Adjustment Brush로 노가다 뛰는 방법이 훨씬 괜찮을 수도 있지만 이것도 잘만 쓰면 무척 편리한 기능이다. 물론 난 잘 못 쓰지...
이쯤 되면 화이트밸런스를 조절해도 될 것 같다. 위에 보다시피 색온도와 틴트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진을 만들어낸다. 본인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두 슬라이더를 잘 조합해보자.
노출도 끌어올리고 실컷 온갖 브러쉬를 갖다댔으니 노이즈도 장난 아닐 것이다. Detail 패널로 넘어가 노이즈를 줄여보자.
짠! Noise Reduction 패널에서 Luminance NR 슬라이더만 끌어올렸는데도 훨씬 보기 좋다. 확대해서보니 그 변화가 엄청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있지만 축소해서 봐도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단 얼마나 노이즈를 없애 사진을 부드럽게 만들지, 노이즈를 감수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별을 살려낼 것인지는 각 사진가에게 달린 것 같다. 난 이정도로 만족하니 패스~
여기는 그래도 무난한 편이지만 삼원색의 컬러노이즈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꽤 있다. 이 경우 Color NR 슬라이더도 살짝 조절해주자. 다만 이것도 너무 과하면 디테일이 망가질 수 있으니 조심.
화이트밸런스도 맞추고 노이즈까지 없앴는데 사진이 너무 심심해보인다고? 다시 Adjustment Brush를 활용해 은하수의 모습을 더 극적으로 끌어내면 되지. Contrast, Clarity를 높이는 브러쉬를 만들고 은하수 주위로 살살 문질러보자. 더 선명해지긴 하는데 주위에 비해 너무 밝거나 어두워지는게 문제라면 Exposure, Highlight 속성도 추가를 해서 주위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자.
계속 문지르다보면 아무리 새 브러쉬를 생성해 선명도를 끌어올리려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건 Camera Raw 안에서 이미 그 부분의 clarity 속성이 100%에 달했기 때문인데 OK를 눌러 포토샵으로 돌아가고 다시 Camera Raw로 열면 얼마든지 더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 (다만 Bridge를 써서 포토샵으로 못 돌아가는 경우는 잘 모르겠다. TIFF나 PSD 등으로 export하고 다시 Camera Raw로 열면 될 것 같긴 하다.)
아까보다 은하수가 훨씬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문제는 촌스럽기 짝이없는 떡보정 티. 엉성한 화이트밸런스에 얼룩덜룩한 밝기 분포까지. 이대로 완성시키면 아까만 못한 작품이 될게 뻔하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이 상태에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훨씬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우선 산과 하늘이 맞닿는 부분의 화이트밸런스부터 좀 어떻게 처리해보자. 당연하지만 Adjustment Brush를 통해 부분적으로 화이트밸런스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부분은 푸른끼가 좀 빠진 것 같으니 온도를 좀 낮춰보자.
비슷한 방식으로 브러쉬 몇 개를 활용해 특히 문제가 되는 가장자리 부분의 노출, 화이트밸런스, 대비 등을 잘 조절해주자. 말이 쉽지 정말 자연스럽게 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린다.
또 이런 작업이 웃긴건 다 된 것 같은데 정작 완성시키고 JPG로 끌어내보면 부족한 부분이 보여서 또 Camera Raw를 열게 만든다는 것. 열었다 저장하고 다시 열기를 몇 번씩 반복하기 일수다. 어쩔 수 없지... 거슬리는 채로 남기는 것보단 좀 귀찮은 길을 택하겠다. 위에 최종랍시고 올려놓은 사진에도 부족한 부분이 꽤 보여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일단은 이대로 남겨두겠다. 그래도 원본이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다는게 꽤 놀랍지 않은가?
우리가 샘플로 쓴 사진처럼 지형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진은 웬만하면 Camera Raw 안에서 전부 해결이 가능한데 위처럼 지형 디테일이 잘 드러나야하는 경우 레이어 몇 개를 써서 마스킹해야 할 수도 있다. 흔치는 않지만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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