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내 지갑을 털어가려고 아주 작정을 했다. 이른바 피아노 마스터즈 시리즈인데 선우예권, 키신, 짐머만, 트리포노프, 조성진 등 유명 피아니스트와 협업해 유명한 작품을 담은 앨범을 하나하나 내고 있다. 방금 언급한 다섯명은 2017년 라인업인데 그 중 키신은 베토벤 소나타 앨범을 냈다. 사전예약을 통해 발매 직후 바로 받아봤다.
사실 내가 이 앨범을 구입한 가장 큰 목적은 키신의 14번 월광 소나타를 들어보려고. 내가 연습하고 있는 곡이라 들어보면 좀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아, 그런데 키신의 연주는 정말 깔끔하다. 월광도 그렇고 열정소나타도 그렇고 정말 군더더기가 없다.
개인적으로 월광은 바렌보임의 연주가 더 마음에 든다. 전 악장에 걸쳐 더 보들보들하다고 해야하나? 정말 달빛에 희미하게 비치는 구름이 살결을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에 반하면 키신의 터치는 더 깔끔하지만 살짝 거친 편. 이건 내 개인적인 선호일 뿐 키신 본연의 아이덴티티가 잘 들어나긴 한다. 재밌는건 키신 데뷔 초기시절 녹음한 월광과 스타일 차이가 꽤 크다. 여기 월광은 2012년 녹음이니 시간이 꽤 흐르긴 했다.
참고로 이 앨범은 실황 녹음 음반이다. 그것도 한꺼번에 연주한 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따온 녹음이다. 예를 들어 소나타 3번은 2006년 서울아트센터 실황 녹음이고, 23번 열정소나타는 2016년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 실황 녹음이다. 가끔가다 들리는 기침소리가 좀 아쉽긴 하지만 이것도 현장감이라고 하면 뭐...ㅋㅋ
구성품이 꽤 실한데 일단 CD 두 장에 베토벤 소나타 3번, WoO 80(32 Piano Variations on an Original Theme in c minor), 소나타 14번(Moonlight), 23번(Appassionata), 26번(Les Adieux), 32번이 수록되어있다. 다른 앨범도 사라고 피아노 마스터즈에 참여한 인물과 앨범 커버가 프린트된 홍보물도 주고, 키신 스티커도 준다!(젤 중요한거)
좋은 앨범이니 어서 한 장씩 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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